엄학섭의 『배의 자궁에는 청토끼나무새가 산다』에 대하여문학의 역사는 세계를 설명해 온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가 아직 설명될 수 없었던 순간에,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말하기 시작했는가의 역사에 가깝다. 언어가 사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물보다 먼저 하나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순간, 문학은 현실의 기록에서 존재의 창조로 이동한다.엄학섭의 『배의 자궁에는 청토끼나무새가 산다』는 바로 그 경계에서 출발한다.이 책을 단순히 시집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4편의 시와 약 200쪽에 이르는 장편 환상동화 「쑲꿈뽟과 앗삉깡꿍 오누이」는 서로 다른 장르가 한 권 안에 병렬적으로 놓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근원적인 창작 충동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분화된 결과에 가깝다. 시에서는 한 문장이 세계의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