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봄날--엄학섭
봄봄양반 쟁기질하는데
진달래 산자락 난리 몰아
동네 어귀 벚꽃 웅성거리니
꽃바람 굴뚝새 담장 넘어
개나리 다투어 샘웃음치더라
샛별아짐 호맹이 잡는데
노고지리 하늘 높이 올라
흰구름 북쪽으로 담박질치고
엄마닭 생똥 싸고 달아나
병아리 울면서 종종걸음치더라
두꺼비삼춘 맴생이 끗는데
얼룩 뻐꾹새 탱자나무 앉아
달각시 방맹이질 소리 듣고
둠벙가 개구리 폴짝 뛰니
실도랑 가재눈 깜빡깜빡하더라
새싹이모 쑥나물 캐는데
골짜기 초록풀 파릿파릿 일어나
뜸북새 숨어서 뜸북뜸북 우짓고
엿장수 가새 춤가락 마추어
느짐보 달팽이 엉금덩금하더라
해오라비 보리피리 부는데
참나무 꾀꼬리 비야비야 울며
꿈동이 사금파리 흙밥 차릴 때
아지랑이 신랑 봄수레 타고
강남 제비 고향집 돌아와
장끄방 시앙쥐 뚤레뚤레하더라